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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시대의 마케팅] ③'진심'은 디테일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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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2026-09-16본문

디테일은 단순히 작은 것을 잘 챙기는 능력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작은 것을 빠뜨리지 않고 꼼꼼하게 처리하는 것은 성실함일 수 있다. 하지만 내가 생각하는 디테일은 조금 다르다. 디테일은 작은 차이로 사람의 감정과 행동을 크게 변화시키는 능력이다. 그 출발점에는 진정성이 있다.
내가 하는 일을 누구보다 잘하고 싶다는 욕심일 수도 있다. 장인이 자신의 결과물에 타협하지 않는 마음, 적어도 내가 선택한 일만큼은 제대로 해내고 싶다는 자기 자신과의 약속일 수도 있다. 나는 그렇게 밖으로 드러난 진정성의 흔적 가운데 하나가 디테일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디테일에 매료된 것은 마케팅을 시작한 뒤가 아니었다. 10대의 끝자락, 나는 DJ를 했다. 분명 같은 음악인데 누가 트느냐에 따라 미묘하게 다르게 들렸다. 그래서 선배들의 모습을 관찰했다.
한 선배는 비가 오는 날에는 습도가 달라진다는 것을 생각했고, 손님이 많은 날과 적은 날의 차이도 살폈다. 계절에 따라 사람들이 입은 옷의 두께가 달라지고, 그것이 공간의 소리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까지 공부했다.
조금이라도 더 좋은 소리를 들려주기 위해서였다. 나는 그때 뛰어난 음향 기술보다 자신이 들려주는 음악에 대한 진심을 보았다. 아마 그때부터였던 것 같다. 디테일에 집착하기 시작한 것은.
20여 년 전, 일본에서 작은 한국 식당 두 곳의 마케팅을 맡았다. 돌솥비빔밥집과 불고기 전문점이었다. 광고나 매체를 바꾸는 대신 나는 사장님에게 부탁해 시간이 날 때마다 주방에서 일했다. 약 3개월 동안 내가 본 것은 음식만이 아니었다.
그러다 사람들이 음식을 혀로만 먹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발견했다. 눈으로 보고, 귀로 듣고, 냄새를 맡는 순간부터 이미 음식의 맛을 판단하고 있었다.
돌솥비빔밥이 나가기 직전, 나는 돌솥 아래 나무판에 물 몇 방울을 떨어뜨려보자고 했다. 뜨거운 돌솥과 물이 만나면서 수증기가 피어올랐고 소리가 났다. 직원들에게는 음식을 내려놓는 대신 어떻게 섞어 먹으면 좋은지 설명해달라고 했다. 손님들의 반응이 달라졌다.
불고기 전문점에서는 고기를 불판 가운데 수북하게 올리는 대신 가장자리에 둘러놓고 중앙을 비워두자고 했다. 맛은 혀에 닿기 전부터 시작되고 있었다.
이런 변화와 기존의 마케팅이 함께 진행되면서 두 식당에는 조금씩 변화가 나타났다. 다만 작은 변화 이후 손님의 시선과 표정이 달라졌고, 경험을 기억하는 방식도 달라졌다는 사실은 분명했다.
돌이켜보면 DJ 선배가 생각했던 습도도 작은 것이었고, 돌솥 아래 떨어뜨린 물 몇 방울도 작았다. 고기를 불판 가운데가 아니라 가장자리에 놓는 것도 작은 변화였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알고 난 뒤 따라 하는 능력이 아니다. 아무도 답을 알려주지 않았을 때 그 작은 차이를 먼저 발견하는 능력이다.
사람의 표정을 한 번 더 보고, 익숙한 것에서도 “왜?”라고 묻는 습관이 쌓여야 한다. 그러다 보면 어느 순간 남들에게는 보이지 않는 것이 조금씩 보이기 시작한다.
모든 작은 것에 집착하는 것이 디테일은 아니다. 고객에게 의미 없는 일을 완벽하게 하는 것은 비효율일 수 있다. 내가 생각하는 좋은 디테일에는 방향이 있다. 사람을 향해야 한다.
고객이 무엇을 원하는지 고민하다 보면 고객이 말하지 않은 불편이 보인다. 때로는 고객을 더 편하게 하기 위해 우리가 한 번 더 움직여야 한다. 그렇게 만들어진 경험이 일정한 선을 넘어서는 순간 사람은 단순한 편리함 이상의 감정을 느낀다. '감동'이다.
내가 요구한 것을 정확하게 받았을 때 사람은 만족한다. 그러나 “내가 말하지 않았는데도 여기까지 생각했구나”라는 것을 발견했을 때 사람은 감동한다. 그래서 나는 디테일의 가장 깊은 곳에는 결국 진정성이 있다고 생각한다.
AI 시대가 되면서 우리는 훨씬 쉽게 디테일에 대한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게 됐다. AI에게 고객 경험을 개선할 방법을 물으면 수십 가지 제안을 몇 초 만에 받을 수 있다. 이제 아이디어 자체는 더 이상 희소한 자원이 아닐지도 모른다.
하지만 AI가 수백 가지 디테일을 제안할 수 있다는 것과 사람이 디테일한 사람이 되는 것은 전혀 다른 이야기다. 누군가 알려준 체크리스트를 수행하는 것과 아무도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았던 곳에서 문제를 발견하는 것은 다르다.
왜 이것을 해야 하는가. 누구를 위해 한 번 더 생각해야 하는가.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데도 왜 조금 더 좋은 결과를 만들고 싶은가. 그 질문에 대한 답은 결국 자신의 안에 있어야 한다.
AI는 디테일을 제안할 수 있다. 우리가 놓친 가능성을 찾아주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만들 수도 있다. 하지만 무엇을 위해 어디까지 집요해질 것인지를 결정하는 것은 결국 사람이다.
AI가 답을 빠르게 만들어낼수록 사람에게 필요한 것은 더 많은 답보다 어떤 질문을 던지고, 무엇을 중요하게 볼지 결정하는 능력일 수 있다.
디테일은 기술만으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상대를 바라보는 관심이 있어야 하고, 더 나은 결과를 만들고 싶은 욕심이 있어야 하며,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작은 차이를 그냥 지나치지 않는 태도가 있어야 한다.
돌이켜보면 내가 디테일에 집착하게 된 출발점은 거창한 마케팅 이론이 아니었다. 비 오는 날의 습도까지 생각하며 음악을 틀던 한 DJ 선배였다. 20여 년이 지난 지금도 나는 그때 배운 것을 믿는다.
디테일은 작은 것을 챙기는 능력이 아니다. 작은 차이로 사람의 감정과 행동을 크게 변화시키는 능력이다. 그리고 그런 디테일은 결국 '진심'에서 나온다.
아무도 시키지 않았지만 한 번 더 보고, 한 번 더 생각하고, 한 번 더 손을 움직이는 것. 그 작은 차이가 결국 누군가에게는 잊지 못할 경험이 될 수 있다.
그래서 나는 여전히 디테일에 목숨을 건다. 우리는 늘 진심이어야 한다.
이진웅 스카이벤처스 대표
출처 : 데일리한국 https://daily.hankooki.com/news/articleView.html?idxno=140610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