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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시대의 마케팅] ②AI가 주는 '위험한 우문현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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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2026-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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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시대가 되면서 답을 얻는 일은 놀라울 정도로 쉬워졌다. 제품의 마케팅 전략을 물으면 수십 가지 방법을 제시하고, 시장을 분석해달라고 하면 경쟁사와 소비자, 트렌드를 정리한다. 캠페인을 만들어달라고 하면 타깃과 메시지, 매체 전략, 콘텐츠 아이디어까지 상당히 그럴듯하게 내놓는다.


과거에는 좋은 답을 많이 가지고 있는 것이 마케터의 경쟁력이었다. 이제는 답을 얻는 데 필요한 시간과 비용 자체가 급격히 낮아지고 있다. 그렇다면 앞으로 마케터에게 더 중요한 능력은 무엇일까.


필자는 ‘우리가 지금 풀고 있는 문제가 정말 풀어야 할 문제인가’를 묻는 능력​이라고 생각한다.


AI의 가장 위험한 점은 잘못된 질문에도 훌륭한 답을 내놓는다는 것이다. 방향이 틀렸다고 해서 반드시 멈춰 세워주지 않는다. 오히려 잘못 설정된 목적지를 향해 더 빠르고 정교한 방법을 제시할 수 있다.


그래서 AI 시대의 위험한 장면은 우문에 아무 답도 나오지 않는 상황이 아니다. 우문에 너무 훌륭한 답이 나오는 상황이다. 답의 완성도가 높을수록 질문 자체가 잘못됐다는 사실을 늦게 발견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실의 조직에서는 경영자의 사업 목표가 임원에게 내려오면서 목표가 되고, 다시 팀장과 실무자에게 전달되면서 업무와 KPI, 숫자로 바뀐다.


“조회수를 높여주세요.”

“기사를 많이 내주세요.”

“광고 노출을 늘려주세요.”


모두 틀린 말은 아니다. 하지만 좋은 마케터라면 여기에서 멈추지 않아야 한다.


왜 조회수가 필요한가.

왜 광고를 해야 하는가.

왜 더 많은 사람에게 제품을 체험시켜야 하는가.


질문의 끝까지 따라가면 대부분 사업이라는 목적과 만난다. KPI 자체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 KPI가 기업의 어떤 사업적 가치와 연결되는지가 중요하다.


과거 수익형 상업용 부동산의 분양 마케팅을 맡았을 때가 그랬다. 처음 주어진 질문은 ‘이 부동산을 어떻게 분양할 것인가’였다. 하지만 이미 다른 대행사들이 지하철, 버스, 현수막 등 다양한 광고를 진행한 뒤였다. 예산도 많지 않았다.


그래서 질문을 바꿨다. 왜 이 부동산은 팔리지 않는가. 판매자가 생각하는 가치와 소비자가 인정하는 가치 사이에 차이가 있다면, 광고를 크게 하는 것보다 그 차이를 줄이는 것이 먼저였다.


결국 광고비의 일부를 사람들이 실제로 찾아오고 싶어 하는 공간을 만드는 데 사용했다. 사람들이 찾아오기 시작하자 유동인구가 늘었고, 임차인을 유치하기도 쉬워졌다. 투자상품으로서의 설득력도 높아졌다.


우리는 분양 광고를 의뢰받았지만 광고를 더 많이 하는 방식으로 문제를 풀지 않았다. 가치가 높다고 광고하기보다 가치가 높아질 이유를 먼저 만들었다.


F&B 브랜드의 시식 행사도 마찬가지였다. 처음 질문은 ‘어떻게 하면 더 많은 사람에게 먹일 수 있을까’였다.


하지만 정말 원하는 것은 사람들이 행사장에서 한입 먹었다는 기록이 아니었다. 그 경험이 기억에 남고 결국 자신의 돈으로 구매하게 만드는 것이었다.


그래서 질문을 다시 바꿨다. 어떻게 하면 많이 먹일 수 있을까가 아니라, 어떻게 먹여야 더 먹고 싶어질까. 우리가 극대화하려고 했던 것은 시식량이 아니라 ‘더 먹고 싶은 상태’였다.


최근 SEO를 넘어 AEO와 GEO가 주목받는 이유도 결국 같은 문제와 연결된다. AI는 질문의 표면만 보는 것이 아니라 그 안의 맥락을 파악하고 여러 하위 질문으로 나눠 답을 구성한다.


예를 들어 ‘서울에서 조용한 레스토랑을 추천해달라’는 질문도 부모님의 결혼기념일인지, 투자자를 처음 만나는 자리인지, 소개팅인지에 따라 정답이 달라진다.


질문은 같아도 목적은 다르다. 결국 마케터가 고민해야 하는 것도 같다.


이 사람은 왜 이런 질문을 했는가.

질문의 표면 아래에는 어떤 목적이 있는가.

실제로 해결하고 싶은 문제는 무엇인가.


AI가 답을 빠르게 만들어주는 시대일수록 질문을 제대로 정의하는 능력이 중요해진다.


생산성이 높아졌다는 사실과 올바른 일을 하고 있다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AI는 우리가 정해준 목적지를 향해 수많은 방법을 제시할 수 있다. 하지만 목적지를 잘못 입력했다면 속도가 빨라지는 것은 오히려 위험하다.


좋은 답은 좋은 질문에서 시작된다. 그리고 좋은 질문은 우리가 진짜 이루어야 할 목적을 놓치지 않는 데서 시작된다.


이진웅 스카이벤처스 대표


출처 : 데일리한국 https://daily.hankooki.com/news/articleView.html?idxno=140595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