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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시대의 마케팅] ①AI에게 소비자를 묻기 전에, 사람부터 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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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2026-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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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마케팅 업계에서 AI를 빼놓고 이야기를 이어가기 어렵다. 리서치와 시장 분석부터 전략 기획, 카피라이팅, 콘텐츠 제작까지 과거에는 여러 사람이 며칠씩 매달려야 했던 일이 이제는 훨씬 짧은 시간 안에 가능해졌다.


그런데 AI를 활용하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한 가지 흥미로운 사실을 발견했다. 원래 마케팅을 잘하던 사람이 AI를 사용하면 결과물이 크게 좋아진다. 반면 사람과 마케팅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사람이 AI를 사용하면 일하는 속도는 빨라지지만 결과물의 수준까지 그만큼 좋아지는 것은 아니다.


그럴듯한 문장과 자료를 더 빨리 만들 뿐, 정작 소비자를 움직이지 못하는 결과물이 쌓이기도 한다. 마케팅의 본질이 사람을 이해하는 데 있기 때문이다.


마케터는 궁극적으로 사람을 움직이는 사람이다. 관심을 얻고, 인식을 바꾸고, 선택에 영향을 주고, 행동의 변화를 만들어내야 한다. 그러려면 먼저 그 사람이 무엇을 보고, 무엇을 느끼고, 무엇을 원하며, 어떤 이유로 행동하는지를 알아야 한다.


같은 광고를 보더라도 20대와 40대의 반응은 다르다. 직장인과 자영업자의 관심사가 다르고, 아이를 키우는 부모와 그렇지 않은 사람은 가격과 시간, 편의성을 판단하는 기준부터 다르다. 같은 10만원도 누군가에게는 부담스러운 소비지만 다른 누군가에게는 시간을 아껴주는 합리적인 선택일 수 있다.


그래서 마케터는 자신의 취향과 경험을 소비자의 보편적인 감각으로 착각해서는 안 된다.


‘이 사람이라면 이 가격을 어떻게 받아들일까.’

‘이 문장을 읽으면 어떤 감정을 느낄까.’

‘광고를 클릭하고도 왜 구매하지 않았을까.’


이런 질문을 반복하면서 가설을 세우고 시장의 반응을 확인해야 한다.


흔히 마케터의 ‘감’이라고 부르는 것도 사실은 오랜 관찰과 경험이 축적된 결과다. 데이터를 보고, 사람을 만나고, 성공과 실패를 경험하면서 머릿속에 만들어진 일종의 지적 데이터다.


물론 데이터는 중요하다. 그러나 데이터가 곧 인간의 마음은 아니다. 사람들은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 언제나 정확하게 말하지 않는다. 설문에서는 중요하지 않다고 답했던 요소가 실제 구매 순간에는 결정적인 이유가 되기도 한다.


평균적인 소비자를 이해하는 것과 특정 소비자의 강한 욕망을 발견하는 것은 다른 문제다. 작은 취향이 어느 순간 새로운 시장을 만들기도 한다.


따라서 빅데이터를 맹신하는 것도 위험하지만 자신의 직감을 빅데이터처럼 믿는 것도 위험하다. 좋은 마케터에게 필요한 것은 데이터를 의심하는 능력과 함께 자신의 판단을 의심하는 능력이다.


특히 처음 마케팅을 시작하는 사람이라면 AI에게 소비자를 묻기 전에 사람에게 먼저 물어봤으면 한다.


아기용품을 마케팅한다면 실제 부모를 만나고, 음식을 마케팅한다면 소비자가 음식을 먹는 모습을 관찰해야 한다. 자동차를 마케팅한다면 운전자가 무엇을 좋아하고 어디에서 불편을 느끼는지 살펴봐야 한다.


많이 만나고, 많이 관찰하고, 직접 경험해야 한다. ‘왜 이것을 샀습니까’라고 묻는 것에서 끝나지 않고 그 사람이 말한 이유와 실제 행동이 일치하는지도 봐야 한다.


그렇게 쌓인 경험이 AI가 내놓은 답을 평가하는 기준이 된다.


AI를 사용하는 것이 문제가 아니다. 문제는 자기 안에 사람에 대한 데이터가 충분히 쌓이기도 전에 AI가 만들어준 소비자상을 실제 소비자에 대한 자신의 이해라고 착각하는 것이다.


AI는 리서치 속도를 높이고 사고의 범위를 넓혀준다. 하지만 무엇을 물어볼지 결정하는 것은 사람이고, 수많은 답 가운데 무엇을 믿고 무엇을 버릴지 판단하는 것도 사람이다.


기술이 발전할수록 우리는 더 빠른 답을 얻게 될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그 답을 판단할 수 있는 기준이 중요해진다.


AI에게 소비자를 묻는 것은 쉽다. 그 전에 스스로에게 물어봐야 한다. 나는 이 사람을 얼마나 이해하고 있는가. 


AI 시대에 필요한 가장 오래된 능력은 어쩌면 가장 강력한 경쟁력이 될 것이다. 그것은 바로 ‘사람을 이해하는 능력’이다.


이진웅 스카이벤처스 대표


출처 : 데일리한국 https://daily.hankooki.com/news/articleView.html?idxno=1405869